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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작가는 사랑에 관한 명문장 중 최고의 것으로 <논어>에 나오는 "애지욕기생",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꼽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유효기간이 있다. 죽고 못 살 것 같아 가정을 꾸리고 결혼해도 어느 순간 그냥 살아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정으로 산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이 문장을 곰곰이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보고선 나는 사랑하고 있구나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남편도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나를 살아가게 하고 있으니.

뼈만 추리면 산다는 어머니의 말은 운명에게 배신당하고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당당함과 인내, 용기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말로 들린다. 우리는 아이가 조금만 다쳐도 호들갑 떨며 어쩔 줄 몰라한다. 하지만 아이는 뼈만 추리면 산다. 그 말은 지나간 역사에 의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뼈만 추리면 산다는 말은 몸이 불편한 딸을 위해 온 힘으로 세상을 살아오셨던 어머니가 딸에게 늘 해주고 싶었던 말일 테다.

단도직입적으로 정보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결국 같은 인간이며

공동 운명을 타고난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가,

그것이 바로 문학의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당신들이 볼 수 있는 봄을 보지 못합니다.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 내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허나 책 속에 나와 있는 문장에 대해선 100% 공감한다. 나는 문학을 알게 됨으로써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문학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는 이기적이기 쉽다. 우리가 문학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삶은 조각 퍼즐 맞추기 같은 것입니다.

지금 들고 있는 마음의 조각이

여러분 삶의 전체의 그림 중 어디에 속하는지는

긴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습니다.

날개를 기억해

경단녀로 있는 지금, 나는 남들보다 훨씬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꾸준히 읽음으로써 마음의 양식을 쌓곤 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마라톤이며 조각 퍼즐 맞추기 같은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먼 훗날 어떤 날개가 되어 나를 자유롭게 날아가게 해줄지 모르지만 그저 내가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으로 장영희 작가를 처음 만났으나 너무 늦게 만났다. 지구 65억 인구 중 자신은 하나의 점에 불과함으로 좋은 사람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남기고 가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과연 나는 지구의 한낱 점에 불과함에 불구하고 지구 전체를 휘두르는 인간으로 착각하며 독단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기쁘면 큰 소리로 웃으면서 감정에 충실하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주고 사는 것은 아닌지, 며칠 전에 시어머니와 마찰이 있어서 그런가 내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지나간 자리 곳곳에 좋은 향기가 남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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