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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후기

미학수업 - 문광훈

free-and-easy 2019. 4. 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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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느리더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이렇게 선택한 것을 장려한다. 그리하여 예술의 경험은 억지로 혹은 누가 시켜서 혹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기꺼이, 그래서 자발적으로 하는 유쾌한 일이 된다.

13p

예술을 통해 삶의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은 풍요로워 질것이라고 누구나 예상가능하지만 모두가 예술을 벗 삼아 살진 않는다.

카라바조의 <도마뱀의 물린 아이> 그림을 보면 아름다움의 대명사 꽃과 도마뱀에 물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대조를 이룬다. 늘 꽃길만 걸을 순 없다. 꽃과 도마뱀, 우리의 삶에도 꽃과 도마뱀이 있다.

 

삶의 축제는 언제나 짧다. 누구는 무대 뒤편에서 축제를 돌봐야 하고, 누구는 파티 후에 남겨진 빈 그릇을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치워야 한다. 우리가 환담을 누리는 것은 우울과 노동이라는 대가를 치를 때뿐이다.

106p

마네가 실제로 드나들었던 술집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즐거운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이 비치는 거울 앞에 일에 찌들어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의 노동 값을 지불한 사람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 사회도 그렇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헤어지고 나면 다시 만날지 못만날지 기억할지 못할지 모르는 허무한 관계다. 밤의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즐겁지만 짧은 축제 후에는 술병이 따른다. 삶의 축제는 짧다. 축제 이후의 삶을 우리는 생각해봐야한다.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세계와 만난다는 것이고, 이 세계의 다른 인물과 생애를 일정한 거리 속에서 전체적으로 대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전망 좋은 방에 들어서는 일과 같다.

184p

예술은 작가와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그 시대를 만나고 작가의 일생과 마주한다. 방 안에 갇혀있지 말자. 우리는 다른 세계를 만나기 위해 다른 방으로 옮겨갈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과 사물의 유기적 현존 형식은 세계의 본성이다. 시가 이 유기적 관련성을 상기시키는 한,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세계의 본성을 경험하는 일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사회에 누락된 체험의 소멸을 얼마간 상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는 인간과 삶의 본래적 형태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교양이란 이런 쌓아감의 과정ㅡ감각과 사고의 훈련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 나는 너와, 개인은 사회와 어떤 접점과 균형을 마련한다. 삶과 세계는 오로지 시 안에서, 예술적 수단을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319p

제목 <미학 수업>을 보고 예술 중에서도 그림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그림 뿐만 아니라 음악, 소설, 시, 더 나아가 인문학까지 두루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예전부터 예술이라 함은 돈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했었다. 실제로 돈 없으면 예술 대학에 못 보낸다고 하니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또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예술은 그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와 작가가 녹아 있다. 예술을 통해 옛것으로부터 배울 점은 배우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을 할 수 있다. 예술은 우리에게 기회를 준다. 요즘같이 여러 소음에,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볼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 되어 있을 때, 좋은 음악 듣고, 좋은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면 우리 마음속 파도를 조금 잠잠하게 만들어줄거다. 나 또한 20대 초반 돈 벌고 노느라 바쁠 때는 예술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삶의 속도를 재점검 하기에도 예술은 도움이 된다. 미술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나서 다시 오겠다는 파리에서의 다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 아이들도 예술과 가까이 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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