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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 서울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단 한 명만이 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은 학생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 민영은 3학년이 되기만을 꿈꿨다. 3학년 중에 한 명만이 백일장에 나갈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민영이 아니라 이진영이 백일장에 나가게 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결국 모두 각자 이야기를 쓰고 가장 평이 좋은 글을 쓴 사람이 백일장에 나가기로 한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묶은 소설이다. 한 템포로 쭉 읽어나가지 않으면 조금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강화길이 말하고 싶은 건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사실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p17

소녀들이 쓴 소설 속에서 친구는 친구에게 자신에게 벌어진 일, 기분, 수치심, 모멸감, 행복, 거듭해서 기억하고 싶은 일, 잊지 않고 싶은 일을 기록하도록 도와준다. 그녀들이 겪은 성희롱, 데이트폭력 같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공공연한 폭력들에 대해 나누며 그들은 서로에게 다정해진다.

이건 누군가의 '말'이었다. 모두가 한탄이나 흐느낌이라 생각하고 지나치던 순간에도 쉬지 않고 털어놓던 자신의 이야기. 스스로를 구할 자신의 무엇.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예감에 불과했다.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저 문밖에는 또 다른 문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p110

작가 노트에 느슨한 연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하나의 세계관을 생각하며 짧은 소설들을 썼고, 이 이야기들의 배경과 구성은 완벽하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읽으면서 뭔가 단편으로 조각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듯한 느낌에 마지막엔 조금씩 퍼즐을 맞추어가는 듯했으나 결국에는 흐트러지고 마는 그런 기분에 휩싸였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다. 비록 느슨한 연결일지라도. 일부러 딱 맞아떨어지지 않게 쓴 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서로를 위하는 건 다정한 유전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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