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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어렵게 느껴졌다. 당신의 정면과 나의 정면이 반대로 움직이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아, 문학은 정답을 요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학문이라기도 그렇다. 예술이다. 나는 자꾸만 20년 동안 배워왔던 교육 방식에 정직하게도 자꾸 답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답이 없는 문학을 접할 때마다 방황하고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일반 글만 죽 나열되어 있는 시집과는 달리 이 시인은 사물의 사진을 찍고 사물과 대화를 하려고 한다. 우리는 사실 제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수한 사물 과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 아마 작가는 그 사실을 사진과 글로 풀어내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우산을 쓸 때 우리가 잡아야 하는 우산 손잡이 부분은 제대로 쥐었을 때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곡선이 되고 머리를 거꾸로 쥐면 침묵하는 어느 자세가 된다. 흡사 예의를 차리는 자세라고나 할까. 결국 우산은 제대로 쥐었을 때나 거꾸로 쥐었을 때나 묵묵히 비를 받아주는 존재다. 지탱하는 일을 마다 않는 이가 끝내 견고한 품을 갖게 되는 비밀(p87) 제대로든 거꾸로든 받아주는 이가 견고한 품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삶에 지쳐 힘이 들 때 흔히 모든 걸 버리고 다시 시작하라고 얘길 한다. 나무를 보면 어차피 다 떨어질 건데 왜 그렇게 힘들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다 비워놓아야 다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리라. 사람의 마음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는 법. 사람의 마음도 미니멀이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감정을 채우기 때문에 소모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속내가 되지 말자

서로에게 어떠한 속내도 되지 말자

서로에게

서로가 아닌 무엇도 되지 말자

마침내 우리는 우리에게 수렴하기 시작했다

너와 나를 분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 너와 내가 같기를 바라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사랑이다. 집착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일 뿐 무엇이 되려고 하려고 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내가 말하지 않은 마음속을 알아주길 바라지 말자. 그것은 그야말로 '속내' 나의 속마음일 뿐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속내가 되어주길 바라지 않았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엇나갔을까

시인의 사진은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을 때 꼭꼭 눌러 찍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비 내리는 사진들 앞에서는 내 마음속 물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마음을 다해 찍고 애써서 글을 쓴 시인의 등이 아른거린다. 우리가 스쳐 지나갔던 공간들 찰나의 순간들의 사진을 보고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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