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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정치부 기자의 쿠바 여행기다. 4년을 쉴 시간 없이 일만 하며 달리다 주어진 2주일의 휴가. 그는 여행 기간 동안 철저히 혼자 있고 싶어서 쿠바를 여행지로 정했다. 300여만 원을 들여 2주 동안 쿠바를 여행했다고 한다. 벌써부터 고생이 느껴진다.

솔직히 에세이를 읽는 내내 쿠바는 내게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오지 않았다. 고생만 하는 것 같았다. 살인적인 더위에 사기꾼들 만나고, 인터넷은 안되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림이 그려졌다.

"만약 불편하고 불쾌하고 불안한 것을 '그게 바로 여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바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_ 이 한 마디로 쿠바 여행이 정의가 된다. 아무래도 쿠바 여행은 젊어서 미혼일 때 가야 할 것 같다. 아마 나도 지금 미혼이라면 꿈꿔볼 만도 하다. 변기에 플라스틱 커버가 없고 음식은 하나같이 맛이 없으며 파리가 뒤끓는 나라라니... 비위까지 약해져 더욱 못 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친절하게 QR코드로 직접 찍은 영상까지 볼 수 있게 해놨다. 직접 가지 않아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환상만 심어주지 않는다. 이런 것이 진정 여행 에세이 아닐까? 단디 마음 잡고 떠나야 한다!

일반 자기 혼자만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가 아닌 쿠바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추억 이야기가 참 좋았다. 쿠바 여행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고, 그 궁금증을 작가가 풀어주었다. 다양한 추억을 가지고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쿠바 한곳에서 만났다. 더럽고, 덥고, 어찌 보면 불쾌한 기억만이 남을 수 있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쿠바에서 처음 만났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 쿠바 여행은 가고 싶지 않지만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다. 작가도 혼자 있고 싶어 여행했고, 실제로 여러 사람들과 다니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갈망했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나니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사람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바쁜 정치부 기자로 일하며 사람에게 신물이 나 혼자 조용히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돌아왔을까?

쿠바라는 나라를 여행 목록에 넣은 적도 없고 상상도 해보지 못한 곳이었는데 작가 덕분에 제대로 간접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아직까지도 내 정수리에 땀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언어의 장벽으로 고생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외국어 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내 아이들도 '무모해도 괜찮아!' 외치며 용기 있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청년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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