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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후기

불꽃같은 서정시

free-and-easy 2019. 3. 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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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백 주년을 기념하여 불꽃같은 서정시 책이 출판되었다.

시를 많이 접해보진 못했지만 문학동네 시인선을 통해 몇 권 읽어보았을 때 숨겨진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1부_사랑과 이별과 그리움, 2부_한국어의 발견과 가능성, 3부_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다, 4부_삶의 관조, 눈부신 명상, 몽상, 혹은 환각의 체험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터라 시험에 등장하였던 시인 몇몇은 이름이 낯이 익었다. 오래전에 씐 시지만 애절하고, 슬펐고, 솔직했다. 해설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시는 해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다만, 친일파 의심을 받았지만 시가 훌륭해서 실었다는 글들은 아무리 훌륭해도 읽는 데 불편했다.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한 것이 나라가 하지 않은 일 중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대에 안 살아봐서 그들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함부로 판단할 순 없지만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끝까지 친일파들은 싫어할 것이다.


유리창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쌔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러 갔구나! 


어린 아들이 폐렴으로 죽었다는 사실에 공허한 슬픔을 적어내려간 시라고 한다. 어린 자녀의 잃은 슬픔을 이리 절제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시를 통해 표현하다니... 자극적인 단어 하나 없이도 슬픔이 느껴진다.

김소월의 시 <인종> 은 저항시다. 특이한 것은 무조건 싸워서 이기자! 가 아닌 무조건 싸운다고 이기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 시가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면 힘이 되었을 텐데 실제로는 검열 때문에 독백의 메시지였다고 한다.

해설이 있어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혔다는 말은 아니다. 역시나 시는 여전히 어렵고, 어렵기에 매력적이다. 나도 내가 원하는 말을 절제된 언어로 은유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하지 못한 말들도 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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