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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다 언제든 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 자신의 무능력함에 무기력해졌다._69p

 울지 말고, 구겨지지 말고, 이젠 종이에 연필로 글 쓰면서, 제발 행복하게 살자. 우리 다._93p

정이 든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없이도 잘 살았는데
만나버렸더니 그리워진다._176p

 여행에선 길을 잃는 것이 좋다. 사실 아는 길도 없는 주제에 길을 잃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밟아본 만큼 내 땅이 된다는 것이다. 낯선 방향으로 발길을 돌릴 때마다 내 지도는 매분 매초 새롭게 쓰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그런 식으로 우리만의 지도를 만든다._194p

엄마는 대단한 인생을 살아냈다. 하지만 엄마가 대단한 건 인생이 던져대는 운명이란 고약한 돌팔매질을 끝까지 버텨냈기 때문이지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니다._202p

 

모든 동물까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여자라는 동물인 내가 느끼기에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반하는 섹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우울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책에서도 나왔듯이 첫 단추가 중요한데 많은 여성들이 거절하기 미안해서, 분위기 깨기 미안해서, 혹은 무서워서(?), 헤어지자 할까 봐(?) 따위의 이유로 인해 내 몸 하나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끌려가듯 첫 섹스를 치른다. 여자는 엄마 팔자 따라간다더라라는 말은 굉장히 듣기 좋지 않다. 아니 듣기 싫다. 내 엄마의 인생이 후졌다기보다는 마치 아무리 열심히 용써봤자 엄마 인생처럼 살게 될 거야 같아서 랄까. 또 그 시대에는 남편이 바람을 펴도, 때려도, 무능력해도, 아이를 생산하는데 조금의 도움을 주었다고 참고 사는 시대였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다고 보태주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입 뗄 생각 말고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부터 돌아봐주기를. 김나연 작가의 어머니도 무능력한 남편과 살면서 악착같이 두 딸을 키워냈다. 가족들 중 대학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환경에서 작가는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사람은 환경과 비슷하게 자라난다. 공부해 본 사람이 없는 집안에서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잘 오고 가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 자신의 꿈을 꾸고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는 것은 주변에 대학 나온 인간들이 천지인 환경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성교육 책으로도 참 좋겠다 생각하는 건 오바일까? 최초 섹스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섹스가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사람과 한다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뒤흔드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데이트 메이트네 섹스 파트너네 하는 말장난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유예하는 사람들에게도 신물이 났습니다. 침대에선 적극적이길 바라면서 침대 밖에선 금욕적인 숙녀이길 기대하는 남자들도 너무 지겨웠고 남자들에게 그런 여자야말로 '여자'라고 주입시킨 이 사회는 더 싫었고요. 그래서 저의 '섹스 후 우울감'은 단순히 절정 후 찾아오는 공허함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들려주려 하지도 않았던 연애의 모순들로 인해 많은 대화가, 눈빛이, 섹스가, 연애가, 상처로 남았습니다._246p
 나이대가 비슷해서일까, 살아온 발자취와 이어져가는 인생이 매우 비슷해서 나를 대신해서 내주는 목소리가 매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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