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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학대와 모멸을 통해서라도, 고통을 통해서라도 살아 있음을 간절히 확인하고 싶은, 부서지기 쉽고 연약한 존재들. 불확실한 기억과 싸워낸 상처와 흉터들로 삶의 의미와 그 알리바이를 찾아가는 인물들. 그 인물들을 통해 김혜나는 고통이 곧 삶의 증명임을 보여준다. 만약, 김혜나의 소설이 이 공허하고 궁핍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_강유정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두 이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단편 여러 개와 중편 '그랑 주떼'로 이루어졌다는 건 나중에 해설을 보고 알았다. 마치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듯이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 고통이 너무나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내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어릴 적 뇌수막염을 앓아 사시가 된 '나' 초등학교 때 성추행을 당했으나 그 사실마저 부정당하고 마치 왕따는 나의 일인 듯이 자연스러워진다.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 그들을 죽여야만 …… 내 안의 모든 원망과 분노가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어야만 내가 좀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진짜 죽일 수는 없잖아요. …중략…이 세상에서 내가 실제로 죽일 수 있는 사람, 다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오로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 그것은 오직 '나'뿐이었어요.
가난한데 목회를 하겠다고 떠난 아버지가, 아버지가 떠난 와중에 젖몸살이 왔다고 아기에게 계란후라이를 먹인 엄마가, 그로 인해 뇌수막염을 앓아 사시가 되고 머리가 나빠진 '나'는 고통스러워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기에 나를 죽이는 것을 선택한다. 왜 이런 고단한 삶이 '나'에게 주어진 건지 다른 사람들은 멀쩡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자신은 '병신'같이 되는 일도 없고 몸도 '병신'이라 세상을 도저히 곱게 바라볼 수가 없다. 청귤은 보기엔 예쁘지만 먹을 수 없는 귤, 청귤에 빗대어 나오는 미영. 미영이 보기에 지영은 진짜 귤 같다. 겉도 예쁘고 속도 알찬 먹을 수 있는 진짜 귤. 그러나 지영도 겉으론 '선생님'소리를 듣는 작가이지만 그 벌이로 먹고살기 힘들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진짜 귤이란 게 있을까. 우리 모두 귤처럼 보이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다 청귤이 아닐까.
* 어릴 적 뇌수막염, 학교 부적응, 인도로 도피,, 이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더 고통이 가까이 다가오게 읽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는 고통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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