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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빈방 청소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그에게 별풍선을 날리지 않고도 맥주 한 캔만으로 이 에어비앤비의 진짜 호스트와 빈방 청소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썰방'인 셈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주인공. 여자친구와 이태원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본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에어비앤비의 청소부 운.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여자친구는 화가 나서 가버리고, 민망한 자태에서 만난 청소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평가 개판으로 적어야지 결심한다. 재무부에서 나름 의미 있는 소모품으로 일하며 자신을 소진하며 살아가는 직장인인 주인공은 너무 피곤하여 다시 에어비앤비를 찾는다. 운이 누구에게 쫓긴다며 두려운 모습을 보고 나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전과자다. 두려움과 안쓰러움이 겹쳐 악평은 달지 않는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친척 손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살아온 운이.. 피씨방을 하는 고모 덕에 게임을 원 없이 하다 어떤 한량님의 말을 듣고 해커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꿈꾼다. 그런 꼬마에게 손을 내민 조선족 룡. 결국 룡을 보러 중국까지 가서 해킹 기술을 배우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나? 룡은 거의 노비 수준으로 대하고,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운은 경찰에 붙잡혀 징역살이까지 한다. 여자친구와 경찰 말대로 착실하게 살아가고자 검정고시도 보고 에어비앤비 숙소에 취직도 했는데 룡이 쫓아왔단 말이다. 나는 이 20살 밖에 안되는 아이가 참 안쓰럽다. 천성이 착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제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세상에 던져져버렸다.

나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내 과거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의 나에 대해서.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금의 고민하는 나를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주인공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에어비앤비 숙소로 오게 만들어 하는 말은 그저 내 말을 들어달라다. 아무도 이 젊은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운의 말대로 호적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범죄자니까.  주인공이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존댓말을 계속 써줘서 고맙다고 하는 운이. 이 아이가 어디서 제대로 된 존중을 받으며 살아본 적이 있었을까. 우리 사회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주인공의 삶은 조금 씁쓸하다면 운이의 인생은 안타깝고 미안했다. 저출산 때문에 문제인 나라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먼저인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돈 많고 똑똑한 아이들은 미국 IT에서 일하고 가난하고 똑똑한 아이들은 범죄 해커가 된다는 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뗄레야 뗄 수가 없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생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 비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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