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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후기

충실한 마음 - 델핀 드 비강

free-and-easy 2019. 11. 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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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주인공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짧은 호흡으로 이어져 있는 소설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한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충실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학교 선생 엘렌은 어릴 적 학대받았던 경험이 있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 학대받는 아이를 잘 알아보고 돌봐주기로, 자기처럼 갇혀서 당하고만 살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테오를 보고 학대받는다고 생각한 사람은 엘렌 하나뿐이다. 그녀는 테오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선을 넘기도 했다. 테오는 이혼한 부모의 집에서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산다.

테오 어머니는 테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테오 앞에서 아빠/전남편을 욕하는 말을 아무렇게나 한다. 테오는 그것이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지만 말하지 않는다.

테오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폐인의 삶을 살며 테오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지만 테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테오의 친구 마티스도 친구를 위해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한다. 마티스는 테오를 위해 술을 마신다. 마티스의 어머니 세실은 남편의 컴퓨터에서 온라인 자아를 목격한다. 대외적으로 착하고 올바른 남편이 인터넷 세상에서 입에 담지 못할 글들을 꽤 오랫동안 써오고 있단 걸 목격한다. 밖에 나가서 함께 겪었던 일들을 거짓말을 약간 가미하여 과장해서 말할 때 암묵적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두려움을 가지고 농담던지기를 하는 남편에게 일침을 고하기도 한다. 이 대목은 남편에게 충실했던 마음을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실행해 옮긴 사건이라 생각한다. 읽으면서 테오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부모 아래에서 겨우 열두 살 반 테오는 아버지처럼 알코올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누구에게도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숨어서 마신다거나, 자신에게 마음을 펼치는 친구와 어른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다. 어릴 적 학대받은 기억으로 아픔이 있는 엘렌은 테오의 상황을 모른척하지 못하지만 결국 그것이 학교에서 강제 병가를 내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함께 술을 먹고 돌아갈 곳이 있는 마티스와 돌아갈 곳이 없는 테오의 상황을 보니 지금도 수많은 학대 받는 어린이들의 현실이 떠오른다. 열두 살 반 마티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그 자리에선 도망쳤지만 용기를 내 엘렌에게 전화를 한다. 이후 상황은 모른다. 상상에 맡긴다. 시원한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한다. 테오는 무사히 어딘가로 이동했을까?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엄마/아빠 집에서 지내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 괜찮을까?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밉다는 이유로 자기 아들이 처한 환경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겉으론 충실해 보이지만 읽는 내내 불안과 초조함 긴장을 유발하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이전 소설들도 가정 폭력, 직장 내 폭력, 성폭력 등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들이라고 한다.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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