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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른 사람 - 강화길

free-and-easy 2018. 2. 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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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인가 보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인간인 척하고 활보하고 다닌다.

 

나는 이진섭에게 맞으면서도 맞지 않을 방법만 생각했다. 그의 비위를 맞추고, 기분을 좋게 해서 손찌검을 피할 방법을.
하지만 진짜 필요했던 건 내 목소리였다. 하지 마.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 김진아. 직장 상사와 사귀었고 데이트 폭력을 당했지만 사람들은 냉담하다. 아, 진짜 소설을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는데 현실적이라 매우 화가 남. ㅠ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다니고 피해자인 김진아는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인터넷에 데이트 폭력  당한 것에 대해 글을 기재하게 되고 트위터에 글을 발견. "김진아는 거짓말 쟁이다. 진공청소기 같은 년."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가진 하유리라는 대학교 동기가 나온다. 매일 다른 남자와 잔다는 소문의 21살의 여자. 너무 외로워해서 조금만 잘해주면 넘어온다는 여자. 교통사고로 21살에 목숨을 잃은 여자.  김진아는 글을 썼을 거라고 의심되는 예전 친구였던 양진아에게 전화를 건다.
글을 누가 썼을까 추리하는 과정에서 하유리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김진아와 4개월 사귀었던 특별한 추억도 재미도 없었던 남자라며 스쳐 지나갔던 김동희. 양진아를 강간해서 임신시키고, 김진아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허유리를 지속적으로 강간했던 개.썅.놈. ㅠ
"나는 우리 사이에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이 문장이 왜 그렇게 소름이 돋는지. 왜 북 치고 장구치고 착각하고 난리?! 혼자만의 착각이 강간이 준강간이 되나?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뭔가를 잘못한 것 같죠? 아이를 지웠기 때문인가요? 그런데 그게 정말 아이였나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생긴 세포를 반드시 아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나는요? 내 인생은요? 내 몸은요? 당신들은 어떤가요.

 

 

태아도 생명이지만 여자도 생명이다. 무조건적인 낙태법 폐지는 잘못되었다 생각한다.  임신을 한 사람은 여성이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결국 하룻밤   원치 않는 성관계로 양진아는 임신으로 인해 낙태까지 하게 되고 평생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남자들이 장난으로 "강간당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거에 대해서도 나온다. 강간을 당한다는 게 뭔지 안다면 술자리에서 농담으로라도 저딴 말을 지껄일 수 있을까?

 

할머니, 나는 진작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시 강간당하느니 차라리 강간하는 인간이 되고 말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강간당하지 않으려면 강간하는 인간밖에 될 수 없을까.


김동희는 대학 강사 하면서 페미니스트인 척. '여자들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의 진짜 얼굴을 몰랐을 것이다. 여자들은 항상 나를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게 해준다.'라는 말을 기고하면서 살아왔다. 악마가 이게 아니고 어떤 게 악만가.

김동희가 세 여자에게 한 말. "너 피해 의식 있어." 이 말로 김진아는 하유리를 지속적으로 강간하고 자궁경부암까지 몰았던 사람이 김동희임을 알게 된다. 용기 있게 양진아에게 김동희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소설은 끝이 난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느낀 것도 많은 소설이다. 물론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은 분노다. 강간에 준강간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말도 안 되고 원치 않는 성관계면 강간이지 폭행의 정도에 따라 강간이니 아니니를 나눈다는 것도 화가 난다. 나라의 법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가? 피해자임에도 아픔과 고통은 고스란히 혼자 짊어진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임신이 남자, 여자 랜덤으로 되는 거라면 남자들의 행동이 조금 배려 있게 바뀌지 않을까.

매번 비슷하고 같은 프레임이 지겹다. 글에서 하유리는 쓸데없는 얘기해도 잘 웃고 매우 외로워서 조금만 잘해줘도 좋아하는 가벼운 여성으로 묘사된다. 성관계 하기 싫을 때 싫다고 말하고 화를 내지 그랬냐는 말에 그렇게 했더니 장난인 줄 알았다는 말. 여자의 싫다는 진짜 싫은 거다.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해석하지 말길 제발. 누구든.

김동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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