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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사태에는 레디아 영상이 없다.

폭풍 해일도 없고,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잔해도 없다. 단수는 암처럼 조용히 덮쳤을 뿐이다. 확연히 드러나는 증세가 없으니 뉴스에서도 하찮게 취급하는 것이다. p35

아마도 계엄령일지 모른다. 아마도 재난 관리청이 급수차를 몰고 올 것이다. 아마도 내일이면 모든 게 나아질 것이다. 당최 확실한 게 하나도 없는 이 사태에 신물이 났다. p80

가뭄이 심해지더니 한 도시에 단수사태가 일어났다. 마트에 액체란 액체는 모두 동이 나고 사람들은 이성을 챙기고 행동했지만 그것도 사흘동안만 유효하다. 사흘이 지난 이후 워터좀비가 탄생하고 폭동이 일어나고 나라에선 계엄령을 선포한다. 서로 죽이거나 폭동이 일어나서 죽거나 말라죽거나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어나간다. 아예 한 도시만을 나라에서 떼어내서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라에서 물을 공급하겠다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물 500ml 한 통이 차 한 대와 물물거래가 되는 상황. 얼리샤와 개릿의 부모는 물을 얻으러 갔다가 행방불명. 얼리샤는 목마른 동네 사람들에게 물을 나누어줄 정도로 감성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에다 사람을 믿을 정도로 순진했다. 얼리샤에게 돌아온 건 비난, 그리고 얼리샤의 실수로 인해 켈빈의 형이 죽게 되고 부모님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도망치든 벙커로 향하는 과정에서 만난 수수께끼 아이 헨리와 시한폭탄같은 재키. 가장 나이 많은 아이가 19살인 이 학생 집단들이 워터좀비들을 피하고, 군인들의 눈을 피하고, 산불을 피해 벙커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었다. 성인보다 약한 아이들. 이미 아이들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읽는 내내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했는데 역시나 패러마운트 픽처스 영화화 확정이라고 한다. 읽는 내내 갈증을 느꼈고 원하면 얼마든지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가 있는데도 선뜻 함부로 마시지 못했다. 마지막은 스포가 될 것 같아 함구하려 한다. 우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얼마나 낭비하는가. 자연을 아낄 줄 모르고 편리하게 살고 싶다는 이유로 훼손한다. 내 후손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분리수거도 하지 않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막 버린다. 이제 굶어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 재난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많이 잃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즉 지구는 이상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자연 앞에 거만하다. 자연을 소중히 대하고 물을 아껴 써야 워터좀비가 되지 않을테다.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는 소설이다. 아이들이 죽을까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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