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후기

안녕 다정한 사람 -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

free-and-easy 2019. 11.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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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갑자기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면 어느 나라로 떠나게 될까? 10명의 사람들은 어디를 왜 떠났을까?

은희경작가는 와인이라는 애인을 만나러 호주로 떠났다. 한쪽은 포도밭 다른 쪽 언덕은 목장처럼 호주 와인에는 야생이 스며들어 있다. 동물을 가까이하며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며 와인을 즐겨 마시는 호주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나도 와인을 만나러 호주로 떠날 날이 올까.

참 느린 나라 태국. 더운 나라의 사람들은 참으로 느리다는데 왜 한국은 매우 더운 여름이 있는데도 다들 빨리빨리 움직일까. 여유가 없어진 한국에서 살다 여유가 넘치는 나라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각자 살아가는 삶의 속도가 있다지만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가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라고 소개했다. 지금, 현재를 잠시 두고 떠났다 돌아오는 것. 슬쩍 바람폈다, 안그런 척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핀란드로 떠난 이병률의 여행기를 읽어본다. 핀란드가 여행가기는 좋고 살기에는 너무 추워 별로라고 하는데 추운 기온에 아량곳하지 않다는 듯이 따뜻한 사람들. 아니 너무 춥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따뜻해진 걸까.

여행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여행 다녀온 장소에 먼 훗날 다시 가게 되면 그 예전 과거의 여행이 떠오른다. 그 시절에 함께 갔던 장소, 함께 먹었던 음식, 함께 걸었던 그 거리의 공기와 온도, 그것들은 모두 추억이 된다. 아이를 낳고 가족들과 여행을 많이 가고 싶은 이유도 끈끈한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는 아닐까. 즐겁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많은 추억들을 담아 우리만의 보물상자에 담아놓는거다.

향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마치 좋은 향기를 맡으면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고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아서는 아닐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북펴퓸이 만들어지고, 숲에 가기 힘든 사람을 위해 피톤치드 향을 파는걸 보면 냄새의 마법이란. 향기란 추억 속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옛날 어느 추억 속으로 갑자기 빠져드는 마법은 바람을 타고 온 향기로부터 시작된다.

세렌디피티. 그것은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가장 짜릿한 선물이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여행 중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좋은 일일 경우에는 그 순간이 여행의 절정으로 기억되곤 하는 것이다.p286

혼자 하는 여행이 좋다. 언제 어떤 이벤트가 생길지 누굴 만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짜릿하고 긴장되는 여행.

작가, 뮤지션, 영화감독, 셰프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나라로의 여행, 그만큼 다양한 여행기를 읽었다. 여행이란 뭘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리워할 수 있는 장소를 하나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